은퇴하고 나서야 책을 제대로 읽게 됐어요
다정한 이웃·6월 11일·조회 2
30년 교직 생활 동안 책은 늘 수업 준비용이었어요.
시 한 편 골라 분석하고, 소설 단락 뽑아 문제 만들고. 읽는다기보다 사용하는 느낌이었습니다. 퇴근 후 집에서 책 펼칠 여유 같은 건 솔직히 드물었어요.
은퇴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시간이 남았어요. 그래서 책을 다시 집었는데 묘하게 어색하더라구요. 읽다 보면 "이 단락은 수업에 어떻게 쓸까" 생각이 먼저 들고. 직업병이 그렇게 오래가는 줄 몰랐어요.
3개월쯤 지나니까 그게 조금씩 사라졌어요. 같은 문장인데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습니다. 수업 자료가 아니라 그냥 내 마음에 닿는 글로. 60년 살고 나서야 처음으로 책을 제대로 읽는 느낌이에요.
지금은 하루 30분. 아침 텃밭 다녀오고 커피 한 잔과 같이. 많이 읽지 않아도 되더라구요. 천천히 한 쪽씩이 오히려 더 오래 남습니다.
책을 다시 펼치신 분들 있으면 어떤 책부터 시작하셨는지 궁금하네요.
